혜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All 뉴진스 2022. 10. 10. 14:27

최근에 읽은 책들 이야기

📖초심자에게는 현미경으로 세포핵을 보는 아주 간단한 일조차 쉽지 않다. 눈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다는 것은 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고 배움에는 실패와 반복이 동반된다. 프랭클린은 수없는 시도 끝에 마침내 현미경 너머 세포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모습은 그가 보려고 애썼던, 기대하고 상상했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당연하고 익숙한 방식으로는 새로운 것을 볼 수 없다. 세포핵이 그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프랭클린은 비슷하고도 다른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며 실수를 통해 기대를 갱신해 나갔다. 자연과 사물 그리고 그것들과 얽혀 있는 우리의 몸과 삶도 그럴 것이다. 195

완독, 정독, 리뷰의 압박에서 벗어나 보기로 했어요. 다 읽었지만 리뷰하지 않을 책들 혹은 다 읽지 않았지만 생각할 지점이 많았던 책들, 그냥 좋았던 부분, 그런 것들을 자유롭게 기록해 두려고요.

발췌문은 임소연 의 신비롭지않은여자들의 ‘나가며’에 있는 글이에요. 페미니즘적 필터로 본 과학은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보지 못했던 과학의 일면을 보여주었어요. 그토록 의심할 여지없이 견고해 보이던 과학이라는 분야도 실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꼭 그렇게 견고한 것만도 아니더라고요. 그렇다면 분명 다른 필터로 봤을 때도 또 다른 지점들이 보일 것 같단 생각도 했고요. 다양한 필터를 장착해서 세상을 더이상 편협하게 바라보지 않겠다는 다짐과 제 독서가 지향해야 포인트를 조금 짚어준 것 같아서 발췌해봤어요.

아녜스바르다 라는 프랑스 여성 감독은 전에 읽은 나희덕 의 예술의주름들 에서 처음 알게 된 분인데, 이번에 아녜스바르다의말 이라는 책 덕분에 조금더 자세히 그분을 볼 수 있었어요. 아,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이분은 저에게 정말 큰 해방감을 안겨주었어요. 스토리에도 올렸었지만 영화 바르다가사랑한얼굴들 이거 꼭 보셔야 합니다.

다자이오사무 의 달려라메로스 라는 작품은 의심많은 사람들에게 ‘신의’와 ‘우정’이라는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가치의 소중함을 알려준 너무 고마운 작품이었어요. 메로스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험난한 여정을 견디며 달릴 때 어찌나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달렸는지 마지막엔 정말 환희에 가득찼었다니까요.

박준 시집 요 시집에서 발췌한 두 개의 시는 사진에서 꼭 읽어봐주세요.

밥햄블리 의 컬러애물들다 는 다양한 색들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가볍게 읽어볼 수 있어요. 완독하진 않았지만 은근 재미있답니다.

마지막으로 마르그리트뒤라스 의 타키니아의작은말들 은 지난 주말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읽었는데 완독은 못했어요. 나중에 다 읽으면 한번 더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병렬독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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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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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해방 들어가면 다
인생 각 되나 싶을 정도로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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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말연습 윤지영
평소 몰랐던 말습관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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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단어 박웅현
말해뭐해여덟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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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순간 박웅현
그가 돌아왔다. 더 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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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슬픔을공부하는슬픔같은 약국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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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어휘력 유선경
짬바가느껴지는어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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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위한역사의쓸모 최태성
알쓸역쓸(알아두면쓸데있는역사의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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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ir
2022.10.4. PM07:00

서울국제도서전

난다 친구들이
문학동네 부스 세팅 함께하신 날.
시집만으로도 이쁨 터진 날.
정말 너무 이쁘지 않나요.

6월 3일 금요일 1시에
박준 시인과 오은 시인의 사인회가 있어요.
아마도 예전에 했던 책 처방전의
2탄 3탄 버전이 되지 않을까 해요.
눈을 마주하겠지요.
흔들리는 눈동자를 읽겠지요.
왜 우리는 만나면 그렇게
울까요.

저도 그날, 금요일에 갑니다.
벌써 마구 설레네요.
뭘 좀 바리바리 꾸려야 할까요.
아마 빈손 맨손으로는 안 가겠지요?
지금부터 고민을 좀 해보려고요.
곰곰.

난다 문학동네시인선 문학동네포에지 박준 오은 책처방전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 다독임 우리는분위기를사랑해

별에게 건네던 말에게도 수명이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
박준 지금은우리가 글 글귀 책 문학 시

우린 더는 어리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손에 쥐고 자랑하는 것도 그날들의 특권이었습니다. 우리의 머리를 안아줄 팔들이 있었으니까요. 이제 우리에게는 그때의 천진함에 비추어 자랑할만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얻은 것들은 무언가와 바꾼 것, 또다시 바뀔 수 있는 것.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찾는다면 그건 슬픔일 것입니다. 그걸 자랑으로 삼을까요. 그럼 저는 당신의 머리를 안을 팔들이 되겠습니다.
.
박준 슬픔은자랑이될수있다 글 글귀 책 문학 시

당신의이름을지어다가며칠은먹었다 박준 시집

+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_박준 책읽기 독서📚 독서기록


금요일 밤 만났던 박준 시인의

처음 읽었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가 넘 좋아 계절산문을 읽고
아껴두었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위로가 필요했던 금요일 밤에 꺼내 읽었다.

가볍게 읽으려 시작했는데 곱씹고 음미하면서 읽다보니 열두시에 펼친 책장은 세시가 다되어 덮게 되었다. 책장을 덮고도 쉽게 잠들지 못했던 지난 밤. 위로가 되었던 글들은 앞으로 자주 꺼내보게 될 거 같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도 아껴뒀다 읽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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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유서도 못쓰고 아팠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에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이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 꾀병 -


📖 어제는 책을 일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했다. -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


📖 우리는 그러지 못 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 사람의 울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통곡이 아니라 곡과 곡 사이에 급하게 들이마시며 내는 숨의 소리였다 - 오늘의 식단 영에게 -

📖 살면서 죽음은 여러번 찾아오기에. 죽음을 목격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거의 죽음과 가까운 순간들을 맞는 것까지. 누군가 새 출발이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살아내었을 어떤 죽음의 순간을 떠올린다. 삶은 그토록 얇은 얼음장이다.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그렇다고 막막한 시작이 있었던 뒤로 갈 수도 없다.

-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우리동네 어느 카페 네온사인에 있는 문구를 보고
이 시집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우나', '면접' 등 유쾌하거나 차가운 현실감이 느껴지는 시 부터🥵🤓
말장난이라기엔 묵직하게 차곡차곡
단어를 잘 쌓아올린 '인과율'이나 '디테일' 까지🤗

나는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에 관한 단상'이
가장 인상깊던데 제목이 길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밥 딜런보다 훨씬 더 많이 천국의 문을 두드렸다니..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라는🦋
생명체의 이름을 '너'에게 들려주려는 찰나 언어의 테두리안을
벗어나 버려서 여기저기 찾으러다니고 노력을하고 좌절을하여 결국😮‍💨
그 단어는 도달하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해설 없었으면 큰일날뻔🤦‍♀️)

그리고 대놓고 이 책 안에서 야밍아웃하지 않으셨지만
야구를 좋아하실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아픈 내가'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다
당신의 이름은 약이었던 것이다.💊

박 준의 시는 굳이 해설을 읽지 않아도😌
그대로 잘 받아들여지는 시가 많아서 참 좋았다
그런데 뭔가 겨울에 꺼내 읽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온도가 꽤 따뜻한 시 들이 많다.☺️

사실 가장 좋았던 건 책 표지에있는 시인의 말😍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소녀의 마음을 잡아 흔들어 놓으셨따🤩
(나이는 이모.. 감성이 소녀란얘기임😅)


책 북 독서 독서 📚

우리는분위기를사랑해 박준작가 오은작가
문학동네 문학동네시인선 032번, 038번

📚 📖 박준 꾀병

나는 자면서도 누군가 보고 싶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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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빛 하나 들여보내는 창이면 좋았다 우리는, 같이 살
아야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시
절에 만났다 네가 피우다 만 담배는 달고 방에 불 들어오기
시작하면 긴 다리를 베고 누워 국 멸치처럼 끓다가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
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정도의 글귀를 생각해 너
의 무릎에 밀어넣어두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이불은 개지
도 않고 미안한 표정으로 마주앉아 지난 꿈 얘기를 하던 어
느 아침에는 옥상에 널어놓은 흰 빨래들이 밤새 별빛을 먹
어 노랗게 말랐다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돈오_에세이 광장 박준시집

필사 박준 문학동네

p.26
용산 가는 길
―청파동 1 中
지는 해를 따라서 돌아가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

​p.34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中
창문들은 이미 밤을 넘어선 부분이 있다 잠결이 아니라도 나는 너와 사인(死因)이 같았으면 한다

​✨이 곳에서 당신의 새벽을 추모하는 방식은 두 번 다시 새벽과 마주하지 않거나 그 마주침을 어떻게 그만두어야 할까 고민하다 잠이 드는 것

​p.40
지금은 우리가 中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p.55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中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p.68
마음 한철 中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p.78
저녁
―금강 中
당신의 슬픈 얼굴을 어디에 둘지 몰라
눈빛이 주저앉은 길 위에는
물도 하릴없이 괴어들고

소리 없이 죽을 수는 있어도
소리 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우리가 만난 고요를 두려워한다

p.80
문병
―남한강 中
당신의 눈빛은
나를 잘 헐게 만든다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p.105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 中
오랫동안 기별이 없는 당신을 생각하면 낮고 좁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울음이 먼저 걸어나오더군요

​p.116
당신이라는 세상 中
술이 깬다 그래도 당신은 나를 버리지 못한다 술이 깨고 나서 처음 바라본 당신의 얼굴이 온통 내 세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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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 박준

유독 시를 읽다 보면 보석 같은 문장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 문장을 만나면 시인이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그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서 시를 읽을 때는 천천히 읽게 된다. 시인이 단어를 고르고 다듬는 그 시간의 속도에 나도 발걸음을 맞춰야 시를 흠뻑 이해할 수 있어서다.

박준 시인님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읽을 때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문장을 발견한다. 어딘가에 기록해두고 계속 읽고 싶은 문장들이 차고 넘친다. 이렇게 고운 단어, 멋진 문장을 만날 수 있다면 시를 더 자주 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옥상에 널어놓은 흰 빨래들이 밤새 별빛을 먹어 노랗게 말랐다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날아오른 새들이 들깨씨를 토해놓은 듯 별들도 한창이었습니다

계절산문
.
.
📚 간단 기록
'우리'라는 단어를 참 유용하게 사용하는 작가님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는 작가님
카페에 앉아 가볍게 읽기에 좋았던 산문집

📚 좋았던 구절
능소화는 바람에 흔들리고 덩달아 능소화가 만들어낸 그림자도 흔들립니다.
발끝으로 그림자를 몇 번 따라 짚어보다가 그만둡니다.
온통 흐르는 것들을 지나 드디어 제 방으로 돌아옵니다. 제가 누우면 하루와 어둠과 가난도 따라 눕습니다.
함께 잠이 듭니다.

📚 좋았던 구절2
분식집 사장님이 왜 오백원짜리 떡볶이를 천 원짜리 모둠과 동일하게 내주는지, 이유는 여전히 몰랐지만 그 마음을 짚어보는 순간이 우리에게도 찾아왔던 것이다.
아쉽게도 그 분식집은 몇 해 전 문을 닫았다. 우리들에게 어떤 문 하나를 활짝 열어주고서.

박준 달출판사 산문집



책은 편식 안 하는데, 시는 당췌 모르겠어모르겠어🙃

시 시집 박준 책 독서 지아책방

여리고 순하고 정한 것들과 함께입니다. 살랑인다 일렁인다 조심스럽다라고도 할 수도 있고 나른하다 스멀거리다라는 말과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저물기도 하고 흩날리기도 하다가도 슬며시 어딘가에 기대는 순간이 있고 이내 가지런하게 수놓이기도 합니다.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잡으면 놓칠 게 분명한 것입니다. 따듯하고 느지막하고 아릿하면서도 아득한 것입니다.

ㆍ계절산문
ㆍ박준 작가님
ㆍ박준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코 끝으로 꽃향기나 봄밤향기나 나는 것 같다. 단정하고 간결한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소란한 마음이 어느 순간 잠잠해진다. 그 느낌이 좋아서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긴다. 작가님이 건네는 계절의 안부를 읽으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돋아나고, 그리운 사람들과 추억들이 떠오른다. 필요 이상으로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요즘의 나에게 안온을 선물하는 책.🌿

덧,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책 속 문장 불행이 길도 없이 달려올 때 우리는 서로의 눈을 가려주었지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만나고 떠오르는 글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아침 식탁 위에 어제 읽다만
시집이 두 권이나 올려져있다.

바람결이 변하니 몸 속 어딘가에 흐르는
어떤 DNA가 시집을 찾게 하고
자꾸 글을 쓰고 싶게 흔든다.

2019년에 책방에서 낭독회를 통해 만난
박준 시인님의 싸인을 들여다본다.

'울어요'

이 말과 '당신의 슬픔이 자랑이 될 수 있다'고 해준 시어에서 갑자기 배가 부르다.

엊그제 독서대전에서 만난 김이듬시인은
'사랑하는 동지'라는 참 힘있는 언어로
껴안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이상하게 몇 분간의 만남에도
이듬시인님과 통한 게 있어서
시집을 꼼꼼히 읽는 중이다.

왜 박준시인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는 가을 아침이다.

어머피드시인갬성뭐니 ㅋㅋㅋ
아침부터뭐시로밥먹었습니다
밥한공기먹은건안비밀

운다고달라지는것은아무것도없겠지만
박준시인 김이듬시인 히스테리아
잘익은언어들 시추천 전주책방
전주독립서점 전주책방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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